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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맠 로미오와 로미오

데즈리 2016. 9. 2. 13:59




USER 의오늘 키워드는 바람이 많은 ,수족관 () 배경칵테일,로미오와 줄리엣,머리카락(키워드로  연성을 하도록 합니다.



1.   동혁이 무려 유치원 체험학습에 뒤따라가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일단 어디서 이런 쓸 때 없는 약속을 헀나를 생각하려면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야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동혁의 친구들은 시험기간은 애저녁에 끝났건만 또 다른 핑계를 대며 동혁의 목덜미를 끌고 이리저리 향헀다. 물론 반경은 피씨방, 재민의 집, 그리고 큰길가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동혁은 정말 '하는수 없이' 끌려간거라고 믿었다. 그러기에는 들어온 시간이 좀 많이 늦었지만. 

       열한시 반은 남학생 무리가 다니기에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니라고 몇번이고 동혁은 하소연했지만 동혁의 어머니는 매서운 표정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사실 동혁은 이미 좆됬다는 생각을 열심히 하고있었다. 저번 모의고사의 암담한 성적이 엄마 앞에 서니 그제야 생각이 났다. 동혁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으며 어머니의 훈계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네, 네 다 맞는 말이죠 네... 그럼 가는걸로 타협하는거다. 피곤함에 병든 닭처럼 고개를 꾸벅이던 동혁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어딜가? 


      방금까지 뭘 들었냐는 엄마의 얼굴에 동혁은 미안한 얼굴을 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진 말에 바로 전 깊은 죄책감은 반쯤 분노가 되었다. 


     "아 내가 왜 동생 체험학습에 따라가야되는데?" 


     왜냐면, 그날은 하필이면 개교기념일이고, 하필이면 엄마는 중요한 미팅때문에 회사를 뺄 수 없으며, 하필이면 막내의 '부모님과 함께하는 체험학습' 날이라는것이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체험학습인데 동혁이 가도 되냐고 하니 그럼 아무도 안가는것보다야 그게 낫지, 하시는 모습에 동혁은 또다시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 동혁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지려다 방금 통금시간을 만들어야 정신을 차리겠냐고 하던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리고 조금 천천히 구겨졌다. 개교기념일 하루로 목숨의 담보와 함께 두번째 경고로 끝난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동혁의 단순한 마인드에는 이미 답이 있었다.



2.   동혁이 이 체험학습에 따라오게 된 두번째 이유는 체험학습 장소에 있었다. 요즘 해양생태계에 대해서 배운다 그래선가, 이번 체험학습은 인근 아쿠아리움으로 가게 되어있었다. 동혁은 수족관 특유의 필터를 덧씌운듯 진하고 깊은 채도의 푸른 실내와 조명을 좋아했으나 솔직하게 수족관에 가자고 하기에는 남고생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날 것 같아서 잊은지 오래였다.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동혁은 목요일밤 잠도 조금 설칠뻔 했다. 오버워치를 하자는 친구들에게 거절의 카톡을 보내는것은 조금 슬펐지만.  

뭐야, 꼭 부모님이 오셔야하는것도 아니었나보네. 동혁은 생각보다 간간히 보이는 부모들의 모습에 동혁의 동생은 노랑반이었는데, 그래서 동혁도 샛노란 이름표를 가슴에 달아야했다. 이게 무슨 국제적수치냐고 동혁은 홀로 생각만 하고 순순히 이름표를 받았다. 직접 이름을 개발새발 쓰고나니 조금 뿌듯한 마음도 드는것 같았다. 물론 똑같은 샛노란 이름표들을 단 콩나물같은 어린아이들을 보니 한숨이 조금 나왔다. 그러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되새기며 동혁은 노랑반 친구들과 함께 유치원 버스에 탑승했다. 가는 내내 동요를 부르거나 옆자리 친구와 깔깔 웃는 아이들 앞에는 어색한 모습으로 동혁을 제외한 부모들과 노랑반 전담 김선생님이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 현장학습을 통틀어 부모가 아닌 사람은 자신 하나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늦잠을 자지 못한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출발하는 순간부터 동혁은 기대되는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동혁의 입꼬리에 작게 미소가 걸렸다.



3.   도착하고 나니 열시 반이었다. 평일 아침 아쿠아리움에 사람이 있을리 없다는 동혁의 짐작과는 달리 아쿠아리움은 북적였다. 그 북적임의 근원이 대부분 초등학생 이하라는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동생들을 돌보던 솜씨로 어느정도 줄을 맞추거나 아이들을 통제하는게 가능하긴 했지만 온통 단체로 온 꼬마들의 향연에 동혁의 정신은 조금 혼미해졌다. 게다가 요즘 유치원 하복 트렌드는 노란 셔츠에 남색 하의라도 되는지 동혁의 눈에는 그 원복이 그 원복이었다. 결국 동혁은 점심을 먹고 음료수를 사러 가던 길에 무려 유치원생 무리를 잃어버려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까 오히려 부담감도 좀 없는거 같고 조금 이따 만나게 되겠지 뭐. 매우 유유부단한 태도로 동혁은 얼떨결에 미아가 된 자신을 다독였다. 절대 멍청해서 그런건 아니다, 하며 다시 한번 다짐하고 동혁은 콜라를 마시며 열대어 구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상대적으로 다른 구역에 비해 조그만 물고기들이 많고 규모가 작은 열대어 구역에는 언제나 인적이 드물고 한적했다. 사람들은 아쿠아리움의 명물인 거대한 반원형 수조에 오랫동안 머무르곤 했지만 동혁은 열대어 구역 가장 정중앙에 위치한 얇고 길쭉한 열대어 탱크가 좋았다. 화려한 무늬와 색을 자랑하는 물고기들 뒤로 왜곡되어 일렁이는 푸른 불빛이 동혁이 기억하는 첫번째 수족관의 기억이어서 그런걸지도 몰랐다.

언제가 기억 속 그때처럼, 동혁은 정 가운데로 걸어나갔다. 기둥을 사이에 두고 입구를 마주보았다. 여전히 세상이 푸른빛이었고 동혁은 유리 너머 세상을 새삼 만나보지 못한 사람처럼 보고있었다. 이상하게 오늘은 이 자리에서 더 기다려야 될것 같았다. 동혁의 눈에 들어온 남자의 인영이 심상치 않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서. 



4.     남자는 물빛에 진 그림자처럼 멀리 일렁이고 있었지만 동혁은 꼬물대는 무지개 비늘 물고기들보다도 남자의 붉은 머릿결이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탁한 레드오렌지 같은, 염색후 물이 빠져 탈색한 노란 머리가 드러나는 상태의 자몽빛 머리색이, 두겹의 유리와 다량의 물 뒤로도 가지런히 동혁의 시선을 끌었다. 정수리쪽만 더 진한게 셜리 템플의 그레나딘 시럽 처럼 붉었는데, 또 앞머리는 물이 다 빠진채여서 남자의 머리에는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이 녹아들어있었다. 

염색을 한 사람을 처음 보는것도 아니고, 더 화려하고 길고 부드러운 머리도 많이 봤지만 동혁은 남자에게서 눈을 땔 수 없었다. 유난히 빛나는 물고기 한마리를 따라다니는 동그란 눈, 그리고 그 위에 걸쳐진 갈매기 날개같은 눈썹까지, 남자는 동혁이 방금까지 봐왔던 어린 아이들과 조금 닮아있었다. 맑고 검은 남자의 눈은 유리 너머로도 반짝 빛이 났다. 동혁의 시선이 한참동안 남자에게 닿아있을 무렵, 남자가 쳐다보던 가장 빛나던 물고기 하나가 물살을 가로질러 동혁쪽으로 다가왔다. 만질수도 없는 조그만 열대어 하나가 이렇게 반가울줄 동혁은 몰랐다. 더불어 남자의 눈도 물고기의 흔적을 좇다 동혁이 손을 짚은 반대편 유리에 닿았다. 그리고 동혁과 그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 물고기는 없었다. 


5.     마주친 눈을 동혁은 금방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동혁 맘대로 안되고 자꾸 남자의 눈을 살펴보게 되었다. 눈가에는 살이 없다. 아니, 그냥 마른것 같다. 그런데 눈 밑에는 도톰하게 살이 있었다. 눈은 또 도록도록 굴러가는 소리라도 낼것같이 컸다. 조금 몸을 숙이고 있던 남자가 유리벽을 짚고 허리를 폈다. 눈높이가 대충 맞는게 동혁과 키도 비슷한것같았다.

남자는 아주 느리게 눈을 꿈뻑였다. 꼭 지금 이 물결 뒤 사람이 진짜냐고 물어보기라도 하는듯 총명한 눈빛을 잃지 않으면서, 동혁을 관찰하고있었다. 동혁도 지지않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사실 갑자기 시작된 이 눈싸움에서 동혁은 이길 자신이 있었다. 누가 더 오래 쳐다보냐를 놓고 대결한다면 자신은 남자의 얼굴을 영원히 바라볼 수 있을것만 같았다. 마치 모든게 본래 있어야 할 자리를 잘 찾아간듯한 얼굴에 동혁은 현제까지 설립되어있던 취향의 바운더리가 무너지는걸 느꼈다. 분명 눈을 떼도 다시 보게 될꺼야. 

얽힌 시선 사이로 열대어 한마리가 느릿느릿 지나갔다. 무지개 광택을 띈 비늘 뒤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웃고있었다. 남자에게 어울리는 해맑은 웃음이었다. 멀리서 소리도 들리는것같은 착각에 동혁은 웃을 생각도 하지 못한채 유리 너머 남자를 빤히 쳐다만 보았다. 그런 동혁의 당황스러움이 그대로 표정에 그림자졌는지 남자가 고개마저 숙이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확하게 동혁의 귓가에 닿는 웃음소리에 동혁은 얼굴이 빨게질것만 같았다. 이제는 눈을 좀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새 고개를 든 남자가 웃음기가 묻은 눈가를 하고는 동혁을 바라보며 입모양으로 물었다. 

"혹시 약간 저 좀 아세요?"

그 남자같은 질문 방식이라고 해찬을 생각했다. 저 좀 아세요가 뭐야... 동혁은 대답 대신 유리창에 이마와 손바닥을 꾹 누른채 자신에게 다시 한번 물으려는 남자가 있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남자의 시선이 동혁을 따라 움직이는것을 느끼며 동혁은 애써 귓가나 볼이 빨개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반대쪽에 다다를수록 심장 박동이 더 커지는거같아 티셔츠 끝을 매만졌다. 

기꺼이 앞에 서자 남자는 아까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 저 저를 아세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키며 뭍는 말에 동혁은 겨우 고개를 저었다. 남자의 말투와 발음에는 어느 틈새라도 있는지 살짝 몰랑했다. 어떡하지, 말투도 귀여운것같아. 동혁은 십칠년 인생 남자가 귀엽다고 생각한적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테니 자신 앞의 활짝 웃은 남자를 알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머리가, 너무 예뻐서..."

괜찮으시면 만져봐도 되나요? 동혁은 말하고도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투명하잖아 이건. 그냥 스치듯 보려고 했던게 끈질긴 시선이 되고 칭찬만 하려고 했던게 이상하게 빠져버린다. 그런 자책하는 동혁이 재밌다는듯 남자는 눈썹을 들며 웃어댔다. 

"감사해요. 그, 만저보셔도 돼요."

정말요? 네. 진짜로? 네. 너무 선을 넘어가는 행동은 아닐까 고민하던것도 잠시 오늘따라 동혁의 육체와 뇌는 따로 놀았다. 손끝에 닿는 맨질거리는 촉감이 좋아 또 바로 떼려던 손이 몇번이나 쓰다듬게 된다. 남자의 푸스스 웃는 소리에 겨우 손을 때고 황급히 손가락을 말아쥐었다. 잃고싶지 않은 촉감이었다. 

"되게..."

제 스타일이에요. 다행히 남자는 또 웃었다. 동혁은 그래도 첫인상 하나는 제대로 남겼다 싶었다. 드디어 조금 웃을만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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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he,,,,, 쏘굿,,,아무말대잔치,,,말안됨,,,로미오엔줄리엣 수족관씬 그대로 배껴써버린,,

맠리의 이름 나오지 않아서 동맠인지 동혁이랑 미생물이 대화하는지 모르겟지만 미녕맞네요,,,흐그흐ㅡ흑